물질적·정신적인 허기를 달래며 쓴 미당의 시

물질적·정신적인 허기를 달래며 쓴 미당의 시
광주 사람들에게 무등산은 어머니의 품속입니다. 전라도의 상징도시 광주에서의 삶은 무등산을 바라보고 무등산과 대화하는 여정입니다. 광주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무등산을 생각합니다. 압제의 시대에 피의 참극이 자행되고 모두가 침묵을 강요당할 때도 ‘무등산은 알고 있다’ 이 한 문장을 되뇌며 광주 시민들은 긴 세월을 견뎌냈습니다.

남루(襤褸)는 누더기입니다. 미당은 가난이란 우리 몸에 걸친 헌 누더기 같은 것일 뿐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 다 가릴 수 없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현실적 궁핍이 몸과 마음의 근원적인 순수성까지를 덮어 가리지 못한다는 극단적 정신주의가 날카롭습니다. 인간의 본질이 물질적인 궁핍으로 인해 찌들기는커녕 오히려 그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해야 한다는 선비적 자존심이 번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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