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이 꿈과 희망을 가져도 상처받지 않는 나라를 꿈꾼다

성소수자들이 꿈과 희망을 가져도 상처받지 않는 나라를 꿈꾼다
- 수화기 너머 친구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다. 육군 내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벌어져 한 군인이 구속되었을 때도,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의 동성애 혐오 발언이 이슈로 떠올랐을 때도 말이다. 그는 이 문제에서 당사자라고 할 성소수자였다. 거기에 친구는 바쁜 와중에도 집회나 단체 행사에 꾸준히 참여할 정도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열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말이 저것 뿐이었을까. 나는 그의 평온한 목소리에 안도했지만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친구는 이제 포기한 것일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지나치게 만연한 나머지, 이제 그 문제는 어쩔수 없는 것이라 여기게 된 걸까.

하루는 그와 술을 마시다 결국 질문하고 말았다. 어떻게 그렇게 무던할 수 있냐고. 당사자로서 화가 나거나 슬프지 않냐고. 나는 네가 신기하다고. 그러자 친구는 너털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분노나 우울감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감정과 함께 살다보니 더 이상 몸이 견딜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 억지로라도 의연한 상태가 되고자 했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도 하지 않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희망을 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설명을 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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